[세상 요모조모] 도박으로부터 안전한 나라 - 용산화상경마장 반대운동 1500일에 부쳐

용산모아 0 728 2017.06.1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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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오늘은 용산화상경마장(지상 18층, 지하 7층) 반대운동이 시작된 지 1500일이 되는 날이다. 노상에서 천막 농성한 날만 해도 1235일이나 된다. 무려 4년의 세월이다. 주민들은 일상을 제쳐 두고 주말마다 집회를 연다. 용산 지역 주민들과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 인근에 화상경마장이 생긴다는 말을 들은 바로 그 순간부터 입점 반대 활동을 시작했다. 자녀들이 다니는 중고등학교에서 불과 200여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인근에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지가 있고 영화관과 대형마트, 전자상가가 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용산역과 신용산역이 있다.

주민들이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자녀교육과 안전, 주거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처음 반대운동을 시작할 때 주민들은 자신들의 외침이 정당하기 때문에 화상경마장 개장작업은 멈출 줄 알았다. 하지만 마사회는 막무가내로 밀어부쳤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주민들의 격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결국 개장을 강행했다. 주민들과 학생들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용산구 의회, 서울시 의회, 국민권익위원회, 박원순 시장도 반대를 했지만 마사회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화상경마장에 대한 설치와 이전에 대한 권한이 지자체에 있지 않고 농림축산식품부에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사각지대다. 주권재민의 정신을 부정하고 있다.

용산화상경마장의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화상경마장 건물에 키즈카페를 들이는 일이다. 마사회가 ‘범죄적 일탈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이유이다. 학부모와 주민들은 “아이들에게 도박을 가르칠 순 없다”고 외쳤다. 법원은 건물의 출구가 따로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황당한 판결이다. 카페에 있는 동안은 물론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아이들이 경마장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 어렸을 때부터 경마장을 자주 접하게 되면 경마장이 친숙한 대상으로 다가올 것이다.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게 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송지우 성심여중 학생회장은 “공기업이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려고 다른 사람, 특히 학생들의 안전과 교육권, 행복 추구권을 빼앗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성세대로서 뼈아프다.

화상경마장에 대한 저항의 몸짓은 용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에 31개가 있다. 마사회는 신규로 개설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이곳저곳에 입점시도를 하고 있다. 화상경마장이 들어선 대전 월평동 지역 주민들 역시 격한 반대 활동을 전개했다. 마사회는 주민들의 여론에 반응하기는커녕 오히려 확장하려는 시도를 했다. 경마장이 들어서고 나서 급격히 슬럼화됐다. 거리를 메웠던 학원과 식당이 안마방, 휴게방, 체험방 같은 유해업소로 대체됐다. 인근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재학생이 급격히 줄고 이사 가는 사람이 속출했다. 지역사회가 황폐됐다.

월평동 화상경마장은 사회공헌 사업이라면서 어린이 청소년 강좌를 열었다. 용산에서 키즈카페를 설치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청소년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젊은 학부모가 목표이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도박장의 민낯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도서관을 고치는 데 쓰라며 인근 학교에 5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안전이 문제 되는 나라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의 안전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드러났다. 자연 재난으로부터 안전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잘못된 법과 제도로부터 안전’도 중요하다. 도박이 바로 그러한 예다. 마사회는 법률에 근거해서 만들어졌다.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사회 곳곳에 사행성 업소를 설치하고 도박 업무를 체계적으로 조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가 2016년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57.1%가 사행산업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분야별로 나타난 유병률(중독률)을 보면 내국인 카지노가 59.2%로 가장 높다. 경마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48.8%, 경륜 장외발매소 48.1%로 카지노와 큰 차이가 없다. 두 명 중 한 명이 중독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국가가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를 비롯한 사행산업을 장려한다. 말이 좋아 사행산업이지 실제는 도박이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망가뜨리는 역할을 한다.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동이다. 도박 산업은 주거권, 교육권을 파괴하고 국민의 생명·안전권, 행복추구권 실현을 가로막는다. 나아가 가정과 사회를 내부로부터 무너뜨리고 친구관계를 망치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도 도박은 사람의 정신과 영혼을 파괴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항쟁이 만든 정부다. 적폐청산, 나라다운 나라 건설이 목표다. 도박 산업은 적폐 가운데서도 최악의 적폐다. 그 만큼 긴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 경마장보다 사행성이 훨씬 강한 화상경마장부터 폐쇄하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국민행복과 안전, 교육권 실현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극심하고 사회적 비용이 천문학적 수준이다. 국민 가운데 단 한 사람도 도박 산업에 희생되지 않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도박청정사회로 거듭나기 바라는 마음이다. [출처 뉴스천지]
용산모아 0 728 2017.06.1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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